사람

카피라이터처럼 말하는 비법

misape 2021. 6. 16.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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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든다. 광고를 본 사람이 “저걸 꼭 사고 싶다!” 라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도록 문구를 짧고 강하게 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카피라이터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어떤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만 그 말을 접한 이들이 무난히 결제까지 완수해 낼지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캐치프레이즈의 기본은 주목을 받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표현을 모색해야 한다. 느낌이 강한 단어를 골라쓰는 게 전부가 아니다. 판매가 이어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 부분이 어렵다.

캐치프레이즈는 일단 짧아야 한다. 사람들은 긴 글을 읽는 노력을 아무 곳에나 들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피라이터는 꼭 전달하고 싶은 요소 이외의 것은 모조리 버린다.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런 고생이 결실을 맺어 메시지가 캐치프레이즈로 완성되고 결국 상품이 팔려나가기 시작하면 카피라이터는 크나큰 쾌감을 느낀다.

우리 일상의 업무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업무할 때 쓰는 말이란 결국 타인에게 특정한 행동에 돌입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말이다. 메시지의 영향력이 관건이다. 우리에게는 바로 그 영향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문구를 다듬어야 하는 것이다.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내는 카피라이터의 생각 구조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볼드체로 말하자


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문 해설자로 출연하고 있다. 그날의 주제를 청취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하는 게 주된 일이다. 이를 위해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게 한 가지 있다. 키워드를 뽑아내서 그것을 볼드체처럼 말하는 것이다. 문서의 중요한 내용에 볼드체 처리를 해 넣는 것처럼 말할 때에는 키워드에 힘을 실어서 이야기한다. 라디오에 출연할 때나 인터뷰를 할 때 나는 듣는 이에게 혹은 읽는 이에게 강력한 키워드를 남기는 일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기획자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것을 읽었다. “기획자의 일이란 셰프의 일이 아니다. 주부의 일이다.” 최고의 식재료를 확보해서 그것으로 요리하는 게 아니라 냉장고에 들어 있는 재료를 이용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기획자가 하는 일의 핵심이라는 말이었다. 즉 기획자의 회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재료를 가지고 훌륭한 새로운 계획을 세워나가는 일이라는 뜻이었다. 내게 그랬듯 그의 한마디는 사람들의 뇌리에 볼드체로 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금세 희미해진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다면 그들을 행동하게 만들 수 없다. 따라서 기억에 얼마나 강하게 남는 말을 던질 것인지가 핵심이다.


캐치프레이즈는
글보다 말에서 힘이 세다


방송이나 SNS 등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고 있는 광고 캐치프레이즈의 대부분은 고객을 불특정 다수로 두고 만들어진 것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문구를 만들어내는 아주 어려운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다. 캐치프레이즈가 다양한 고객들에게 실제로 어떻게 느껴질 것인지는 카피라이터가 실질적으로는 알지 못한 채로 노출이 개시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캐치프레이즈는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데 실패한다. 하지만 잡지 광고는 포스터는 완성된 문구를 고객에게 던진 뒤에는 어떤 보충 설명도 변명도 덧붙일 수가 없다.

그에 비해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가 말할 때 상대방은 보통 눈앞에 있다. 카피라이터들에 비해 우리는 아주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상대방이 특정되어 있고 우리는 상대의 성별도 연령도 직함도 안다. 상대방의 기분이 현재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도 짐작 가능하다. 게다가 상대의 반응을 보며 이야기 흐름을 다양하게 바꿔나갈 수 있으니 굉장히 유리하다.


이런 상황이니 상대방에게 강력하게 작용할 파워 프레이즈를 만들어내는 일은 카피라이터에 비하자면 우리에게는 아주 손에 잡히는 일인 셈이다. 파워 프레이즈를 만드는 데 이용할 재료도 아주 구체적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얻을 수 있는 데다가 그렇게 만든 문구를 상대방에게 던질 타이밍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고 그 기회 또한 다양하다. 그러니 파워 프레이즈의 환상적인 결과를 누리게 될 가능성이 우리에게는 꽤 높다. 게다가 우리는 대기업의 성공한 캐치프레이즈처럼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아주 완벽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고급 문장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에는 그런 퀄리티가 필요 없다.

게다가 우리는 캐치프레이즈를 글에 가두지 않고 입으로 말하며 전달한다. 글이 아니라 말로 전하면 인상을 더욱 강하게 남길 수 있다. 글로만 전달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캐치프레이즈가 있다고 치자.

"열아홉 살, 다이아몬드같이 오래도록 빛날 일 년

문장으로 읽으면 밋밋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열아홉 살이 된 청소년을 앞에 두고 “열아홉 살인가요? 올 한 해가 다이아몬드처럼 오랫동안 인생에서 빛날 거예요”라고 소리 내 말한다고 생각해 보자. 글로 읽히는 것보다 말로 하는 게 상대에게 표현의 임팩트를 확실히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실감될 것이다.

프로의 눈으로 텔레비전 광고들을 보고 있자면 가끔 어딘가 어설프다 싶은 캐치프레이즈가 등장할 때가 있다. 전문 카피라이터가 아닌 사람이 마무리한 캐치프레이즈가 방송을 탈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말이 유행어로 성공하기도 한다. 귀로 흘러들어 오는 말이 인간에게 미치는 특유의 강렬한 힘 덕분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말이 들리면 일단 듣는다. 이것도 말이 글보다 유리한 이유 중 하나다.

당신의 말도 마찬가지다. 일단 상대방은 당신의 말을 듣고자 할 것이다. 당신의 말은 카피라이터가 만든 완벽한 캐치프레이즈처럼 예리하지 않아도 괜찮다. 짧고 강한 문구로 이야기하기 위해 당신이 주의를 기울이기만 해도 상대의 반응이 뭔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즉각 실감하게 될 것이다.

캐치프레이즈와 유사한 짧은 말들을 일상적인 대화에 사용해 보도록 하자. 그리고 회사에서 작성하는 기획서 등의 문서에 타이틀을 붙여 보자. 그 말들이 상대에게 인상을 남길 것이다. 게다가 말은 전해지기 마련이며 점점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성공적인 캐치프레이즈들을 어느 정도 흉내 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어떤 유명한 말을 따서 변형했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충분히 드러내 보이는 오마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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